표현(表現)과 수용(收容)  

요약

음악적 행위는 표현(表現)과 수용(收容)의 양면성을 동시에 포함하며, 표현과 수용의 양극단에 창작자와 감상자의 두 객체가 존재한다. 이 두 객체(客體)가 주관(主觀)과 객관(客觀)의 서로 다른 상반된 입장에서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궁극적인 성취는 예술적 공감대의 공유(共有)에 의한 주·객관의 상호성이 함께 공동으로 작용하므로 이루어진다. 음악예술에 관한 최초의 행위는 작곡자의 창작(작곡)에 의해 「제시」되므로 비롯되며, 제시된 작품의 직접적인 「표현」은 연주가에 의한 재현을 위한 연주 행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창작을 제1차적 표현, 연주를 제2차적 표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음악예술 행위는 마지막 실천단계에서 감상자에 의해 수용(감상)됨으로 최종적으로 완성된다. 음악예술은 작곡, 연주, 감상의 세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본문

일반적으로 음악적 정의는 표현(表現, 나타냄)에 보다 중점이 두어지므로 상대적 개념인 수용(受容, 받아들임)은 그 중요성에 비해 비교적 소홀히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수용은 음악 행위의 최종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의미를 가진 예술 행위이므로 매우 중요한 가치 비중을 가진 것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음악적 행위는 표현(表現)과 수용(收容)의 양면성을 동시에 포함하며, 표현과 수용의 양극단에 창작자와 감상자의 두 객체(客體)가 존재한다. 이 두 객체가 주관(主觀)과 객관(客觀)의 서로 다른 상반된 입장에서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궁극적인 성취는 예술적 공감대의 공유(共有)에 의한 주·객관의 상호성이 함께 공동으로 작용하므로 이루어진다.

공연예술을 제외한 일반적인 대부분의 예술분야에서 표현과 수용은 작품과 감상의 직접 관계에 의한다. 예를 들어 화가의 작품은 전시장에서 제3자의 소개나 개입없이 직접 관람자에게 감상되어지며, 문학작품은 독자에 의해 읽혀지는 것으로 누구의 간섭이나 도움없이 저자(著者)의 예술적 의도가 독자에게 직접 전달 되며 독자는 나름대로 이를 수용하므로 문학작품의 의도와 의미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음악, 연극 등 공연 예술의 경우는 작품과 감상의 직접적인 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공연(연주)이라는 재현 과정을 통해 간접적인 관계에 의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작곡가의 작품(악보)은 연주자에게 의탁되어 연주되므로 감상자에게 수용된다. 진정한 음악적 수용(감상)은 연주자의 실연(實演)을 통하여 이루어 지며, 감상자에게 악보는 감상의 대상이 아닌 참고 자료에 지나지 않는다. 악보와 일반적인 서적은 서로 전혀 다른 개념의 책이다. 일반 서적은 저자(작가)의 모든 뜻이 문자에 의해 거의 모두가 표현, 전달되어 독자에 의해 수용되지만, 악보에 기보된 음악에 관한 모든 내용들은 소리에 대한 매우 불완전한 시각적(視覺的) 기호이므로 악보에 의한 독해(讀解)는 음향화에 대한 예상(豫想) 또는 막연하고 비구체적인 상상(想像)일 뿐, 음악의 실체적 구현이 아니다. 음악작품의 직접적인 표현인 연주 과정이 생략된 채 악보에 의한 독해는 악보읽기에 아무리 뛰어난 독해자에 의한 것이라해도 정도의 차이일 뿐 결과는 같은 것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음악예술에서 연주는 감상의 직접적인 대상일 뿐만 아니라 표현의 직접적인 실천과정이다.

음악예술에 관한 최초의 행위는 작곡자의 창작(작곡)에 의해 「제시」되므로 비롯되며, 제시된 작품의 직접적인 「표현」은 연주가에 의한 재현을 위한 연주 행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창작을 제 1차적 표현, 연주를 제 2차적 표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음악예술 행위는 마지막 실천단계에서 감상자에 의해 「수용(감상)」됨으로 최종적으로 완성된다. 음악예술은 작곡, 연주, 감상의 세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최초로 작곡자에 의한 창작행위가 악보에 정착되는 과정을 동결(凍結)의 단계 즉, ‘응고(凝固)’ 현상으로, 제시된 창작품인 악보가 연주자에 의해 재현되는 과정을 녹아내리는 유동(流動)의 단계 즉, 「액화(液化)」현상이라 한다면 연주자에 의해 들려지므로 감상자에게 감상(수용)되는 최종의 결과는 「기화(氣化)」 즉, 「승화(昇華)」의 현상으로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쇼펜하우워(Schopenhauer, Arthur, 1788-1860, 〔獨〕)가 말한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는 말은 하나의 중요한 진실을 나타낸다. 음악예술이 가진 근본적인 비구체적 추상성 때문에 오직 음악만이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적 목적을 위해 보통 사용되는 전달 수단의 도움 없이 청중에게 직접 호소가 가능한 것이다. 건축가는 어느 정도 실리(實利)를 가진 건축물 속에서, 시인은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화가는 화폭에 자신의 생각을 재현하므로 자기를 표현해야 하는데 이들 표현을 위한 구체적 도구(道具)들의 제한성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어느 정도 구속 받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작곡가는 이런 구속적 제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은 다른 예술 보다 최상의 예술적 표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또한 음악이 갖는 비구체성(非具體性), 추상성(抽象性)의 예술적 장점은 예술의 주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풍에 대한 「감동(感動)」에서 한층 더 분명해 진다. 음악예술에서의 표현과 수용은 어떤 공간적 실체라 할 수있는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물질적 도구에 의한 간접적인 만남이 아니라 영감에 의한 직접적인 호소이므로 표현과 수용의 마지막 결과인 작품에 대한 감동은 양자(표현과 수용)간 시차를 두지 않고 거의 동시에 즉각적으로, 가장 순수하고 강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다른 예술과 비교해 보면 쉽게 인정된다. 예를 들어 연극이나 소설에서의 감동은 감상이 모두 끝난 후의 일이며, 감상 과정상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적인 감동이라 할지라도 상당 시간의 감상 후 작품에 대한 이해의 과정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