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현악기군(絃樂器群)


현악기(絃樂器, string instrument)는 현(絃, 줄, string)을 발음체(發音體)로 하여 음(音)을 내는 악기로 현명악기(絃鳴樂器)의 총칭이다. 현악기군에는 바이올린족(violin family) 악기처럼 활로 줄(絃, string)을 문질러 연주하는 찰현악기(擦絃樂器, rubbed string instrument)와 하프, 기타, 만돌린 등의 악기처럼 손가락 또는 골무(또는 손톱, 픽, 플렉트럼 등)로 줄을 퉁겨서 연주하는 발현악기(撥絃樂器, plucked string instrument), 피아노 처럼 줄을 해머(hammer) 등으로 때려서 소리내는 타현악기(打絃樂器, struck string instrument)가 있는데, 관현악의 정규적인 구성악기는 찰현악기(擦絃樂器)인 바이올린족 악기로, 필요에 따라 하프도 동원된다. 찰현악기를 궁현악기(弓弦樂器) 또는 궁주현악기(弓奏絃樂器)라고도 한다.

현악기의 소리내기 방법 중 타현(打絃)은 약간 예외적인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는 기타와 같이 뜯는 현악기와 바이올린같이 활로 켜는 현악기로 구분된다. 뜯는 현악기의 소리는 시작할 때의 어택 부분이 크고 음색이 풀스에 가깝다가 곧바로 고른 음을 낸다. 이 경우 한음에서 두 가지 성질이 붙어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찰현악기음은 어택부분과 뒷부분의 성질이 거의 같다. 파장은 클라리넷이나 오보에와는 다르게 모든 배음이 다 고루 들어 있다.

궁현악기 중 바이올린(violin)의 예를 들면, 16세기 전반에 북이탈리아의 브레시아와 크레모나 등의 악기 제작자가 당시 사용되고 있던 현악기를 개조하여 만든 것이라 하며, 바이올린이 오늘날과 같이 4개의 현(絃, 줄, string)으로 된 것은 1550년 무렵이다. 현대에 와서도 제작자에 따라 생기는 미세한 세부적 차이점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구조는 약 400년 동안 거의 변함이 없을 정도로 거의 완벽한 구조를 갖춘 악기이다. 바이올린족 악기의 본체(本體)는 17세기부터, 활은 18세말경부터 전혀 내지는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활을 다루는 기법은 여러 주법이 개발되고 발전하여 다양화된 주법을 갖는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궁현악기인 바이올린(violin), 비올라(violin), 비올론첼로(첼로, violon cello), 콘트라베이스(contra bass) 네 종류 악기의 총칭이 바이올린족 악기이다. 이 명칭은 16세기 초부터 쓰여지기 시작했는데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하는 명칭으로, 오늘날 관현악이나 실내악에서  가장 먼저 완비된 중추(中樞)악기로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악기들은 가장 높은 음역에서 가장 낮은 음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악기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동질(同質)의 음색을 갖는다. 이것은 개개의 악기 자체가 갖는 장점일 뿐만 아니라, 현악기군 전체가 갖는 장잠이기도 하다. 바이올린의 최고 음역과 콘트라베이스의 최저 음역이 내는 음색은  근본적 차이가 없다.

둘째,  

음색이 뛰어나게 아름다우며, 매우 감성적(感性的)인 음색으로 듣는 사람에게 싫증이나 피로감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오케스트라의 주선율을 연주하며 화성진행 등 중요한 부분의 대부분을 현악기가 담당한다.

셋째,  

다른악기와 조화에서 뛰어난 친화력을 가지며 다양한 음악적 기능을 갖는다. 이 악기군만으로 멜로디, 반주, 폴리포니(다성음악, 대위법적 음악), 화성 등 모든 형태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으며, 동시에 관악기에 대한 멜로디의 가장 좋은 수반자(隨伴者)일 수 있다.

넷째,  

오케스트라의 구성원 중 인원수 비율도 가장 많고 악기의 기능 역시 우수하므로 포르티시모는 물론 음력(音力)을 억제 하면 피아니시모(pp)도 다른 악기군의 한 악기 솔로보다 약하게 낼 수 있으며, 다양하고 우수한 표현 능력과 폭넓은 가능성을 갖는다. 따라서 이 악기군만으로의 크레센도(cresc.)와 디미누엔도(dim.), 스포르짠도(sforzando, sf.) 등은 독자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

다섯째,

이 악기군이 가지고 있는 자체적인 음역이 매우 넓다. 콘트라베이스와 바이올린 사이의 음역 차이가 7옥타브나 되므로 모든 음역을 담당할 수 있다.

여섯째,

현악기의 음(音)은 풍부한 배음을 가지고 있으므로 화음구성에서 밀집배치나 개리배치 등 모든 구조에 적합하다. 이런 특성은 현악기 나름대로의 풍성하고 열정적인 울림을 갖게 하여 표정적(espressivo)인 연주에 적합하다.

일곱째,

악기를 연주하는데 신체적 피로도가 가장 적은 악기이다. 관악기 연주자들은 호흡을 통하여 악기를 연주해야만 하므로 숨을 쉬기 위한 휴지(休止)가 필요하며, 또한 이로인한 연주상의 신체적 피로를 수반할 수 밖에 없는데  비해 현악기는 이점에 관해서 자유롭다.

여덟째,

현악기는 연주기교가 우수할 뿐만아니라, 다양한 주법에 의한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 등 무궁한 변화가 가능하다. 활의 다양한 사용방법으로 1활(弓)의 범위 내에서 전혀 다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며, 손가락으로 현을 퉁기는 방법, 현이나 악기의 몸채를 두드리는 방법 등 소리내기에 관해 상당한 융통성을 갖는다. 빠르거나 느린 악절, 도약, 트릴, 중음(重音)주법, 화음연주 및 특수주법에 의한 특별한 효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풍부한 연주기능을 갖는다.

이와같이 궁현악기는 성능상 뛰어난 장점이 많으므로 관현악의 주체(主體)를 이루고, 바이올린족만으로도 현악합주(string orchestra)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현악기의 특성을 이용하는 현악기의 연주효과 중, 악기의 넓은 음역과 높은 음역과 낮은 음역에서 소리나는 음(音)의 음색의 특성을 이용하여 훌륭한 음조합의 구성의 예로 제1바이올린의 최고음역에 대하여 첼로, 콘트라에이스의 최저음역을 배치하고 그 사이를 다른 악기로 메우는 것 같은 매우 효과적인 튜티(tutti)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특징적인 편성의 예로 널리 알려진 곡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의 알레그레토처럼 비올라, 첼로, 콘트라에이스의 저음역만을 활용한 부분이나, 바그너의 「로엔그린」에서 제1박 전주곡처럼 바이올린을 4부로 나누어 최고음역으로 화음을 연주시키는 것과 같은 것도 볼 수 있다. 후자와 같은 수법은 근년의 이른바 무드 뮤직에서도 애용되고 있는 것이다.

근래에 많이 연주되고 있는 바로크시대의 작품은 이 편성에 또는 소수의 관을 추가한 편성이다. 그 가운데는 편곡된 것도 적지는 않으나 바로크 후기, 예를들어 바하의 작품 등은 현악기의 용례로서는 훌륭하므로 원형대로도 연주되며, 또 근대, 현대에도 수는 많지 않으나 뛰어난 작품이 나오고 있다.

바이올린족의 소리내기 원리는 말총을 친 활로 줄을 마찰시키는 것인데, 음악적 표현상 중요한 것은 활의 장력(張力), 활로 줄을 누르는 압력, 활을 움직이는 속도, 활이 두어지는 받침으로부터의 거리 등 4가지이다. 음량(音量)이나 음색, 특히 어택(줄에 압력을 가하여 활을 빨리 움직여서 나는 소리)의 다양성은 위에서 말한 네가지 점을 정확하게 제어함으로써 얻어진다.

활로 연주하는 것이 「ordinario」(「보통의 방식」)라고하는 정상적인 본래의 연주형태이지만 손가락으로 퉁기는 피치카도(pizzicato, pizz.)도 쓰인다. 약음기를 부착(con sordind)하면 음량이 작아지는 것과 동시에 음색도 흐려지게 된다. 또한 근대‧현대음악에서 많이 사용하는 특수 효과를 내기 위한 연주법으로, 지판(指板, finger board) 근처에 연주하는 술 타스토(sul tasto), 브리지(bridge, 줄받침) 근처에서 바삭바삭 소리나게 하는 술 폰티첼로(sul ponticello), 활 등쪽의 나무부분을 사용해서 연주하는 콜레뇨(collegno) 등이 있다. 현을 2중, 3중, 4중으로 짚어서 화음을 연주(중음주법, 重音奏法, double stops) 하는 일 은 옛부터 있었으며, 이를 적소(適所)에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내지만 왼손 손가락 놀림(운지, 運指, fingering)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바이올린족의 주법은 오른손 기교와 외손 기교로 분류된다. 이 두가지는 전혀 별개의 독립된 운동이며, 그 독립성이 완전히 유지되면서 서로가 통알될 때 훌륭한 연주가 이루어 진다. 오른손의 기교는 운궁(運弓, bowing)에 의한 소리내기와 음량 및 음의 성격을 표현하며, 또한 활의 각 부분이 음악적 요구에 자유롭게 적용될 수 있도록 오른손에 대한 근육운동의 훈련이 중심과제이다. 왼손의 기교는 왼손가락의 운지(運指, fingering)에 의한 정확한 음정(pitch)의 표현, 비브라토, 그리산도, 피아졸렛 등이다. 오른손 또는 왼손가락으로 줄을 퉁기는 피치카토(pizzicato, pizz.), 줄을 활대로 두들기는 콜레뇨(collegno) 등의 특수 주법도 중요한 기교에 포함된다. 사람의 음성과 가장 흡사하게 울리는 칸티레나 주법은 바이올린족 최대의 특징이며, 양 손의 기교를 가장 종합적으로, 가장 다면적으로 통일하는 어려운 기법이다.    

현악기는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5부로 편성되는 것이 통례이며, 이를 현악, 현5부, 현4부(프랑스에 한하여 관현악에서의 경우에 콘트라베이스를 포함하여 이렇게 부른다)등으로 줄여 쓰는 일이 있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은 동일한 악기며, 담당하는 파트에 따른 편의상의 구분이다. 필요한 경우, 각 파트를 다시 세분하는 일도 있으며, 악보에는 divisi라고 적는다.

모든 현악기족은 담당하는 음역에 따른 악기의 크기(size)와 이에 따른 사소한 주법(奏法)의 차이, 날카로움과 중후함에 대한 다소간의 음색적 차이 및 음량 등 몇가지의 사소한 차이를 제외하고 악기구조나 음색, 기법에서 별로 큰 차이가 없이 많은 공통점을 갖는다. 정규 관현악에서 현악파트 연주자의 숫자와 담당 파트는 다음과 같다.

제1바이올린(소프라노)  16～18 명
제2바이올린(알토)        14～16 명
비올라(테너)                10～12 명
비올론 첼로(베이스)      10～12 명
더블베이스(베이스)         8～10 명

일반적으로 더블베이스는 베이스 파트를 1옥타브 아래에서 중복하여 베이스의 저음을 강화한다. 또한 더블베이스는 매우 낮은 음역의 악기이므로 오선보로 기보될 때 실음(實音)대로 기보(記譜)하는 것이 불편하여 1옥타브 높게 기보된다. 즉, 더블베이스는 기보음(記譜音)보다 실음이 1옥타브 낮은 일종의 이조(移調)악기이다.

하프는 우아한 음(音)을 낼 수 있으나, 대편성 속에서는 음량이 적고 반음계적 변화의 폐달 조작에 제약이 있으므로 성능상의 지식이 필요하다. 이런 두가지 이유로 두 대의 하프로 같은 음(音)을 연주시키는 일도 있는데 총보상으로는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