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케스트라의 발자취

여러 가지 악기의 집합체(集合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존재해 왔다. 그러나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관현악은 18세기 유럽에서 성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악기편성의 지정은 16세기 말의 G.가브리엘리(Gabrieli, Giovanni, 1557∼1612)나 17세기 초의 몬테베르디(Monteverdi, Claudio, 1567∼1643)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 후 륄리(Jean Baptiste Lully, 1632∼1687)의 오페라와 코렐리(Corelli, Arcangelo, 1653∼1713)의 콘체르토 그로소(concerto grosso, 합주협주곡)에서 현악기 중심의 편성이 확립되었다. 그러나 18세기 중엽까지의 관현악은 통주저음(通奏低音, general bass)에 기인, 실내악과 관현악의 구별도 극히 유동적이었다. 특수한 예를 제외하고는 편성규모가 작아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 17명 이하, 하이든 초기의 교향곡도 23명으로 연주되었다.

관현악은 대회장에서의 공개 연주회의 발달과 더불어 18세기 말엽부터 급속히 발전하였다. 19세기에 들어서는 악기의 개량에 따라, 특히 금관악기의 역할이 커지고 그와 함께 바그너, 말러, R.슈트라우스를 대표로 한 대규모적인 근대 관현악으로 팽창되었다.

1) 르네상스(Renaissance)

중세이전까지는 현악기만으로 연주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그 비중도 성가(聖歌)의 반주로 극히 가벼운 구실을 하는 정도뿐이었다.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 G.가브리엘리(Gabrieli, Giovanni, 1557∼1612), 몬테베르디(Monteverdi, Claudio, 1567∼1643)의 작품들에서 오케스트라가 당시의 통주저음양식에 따르면서 각 악기가 독립적으로 사용되어 독특한 관현악의 효과를 나타내는 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기에는 현악기가 주종을 이루고 극히 드물게 플룻, 오보에, 호른 등의 관악기가 곁들여져 쓰였다.

2) 바로크(Baroque)

바로크 시대는 전체 오케스트라의 안정을 강조한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4개의 현악기로 조직된 구성이 16세기 말에 완성되었기 때문에 현악합주 부분이 제일 먼저 자리잡게 된다. 바흐, 헨델이 오케스트라의 발전에 공헌하였다.

3) 전고전파(Preclassic)

악기 편성은 18세기 후반에 와서 큰 전환을 맞게 된다. 오늘날과 비슷한 관현악의 기틀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무렵에 유럽 귀족들은 풍부한 재력을 갖고, 그 귀족들의 비호하에 만하임악파, 베를린악파, 빈악파의 여러 작곡가들에 의해서 그 업적이 이루어졌다. 소나타형식에 큰 업적을 남긴 만하임악파의 창시자인 슈타미츠Stamitz, Johann Wenzel Anton, 1717∼1757는 관현악단에 매우 기교있고 재치있는 다이나믹한 음향을 내게 하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오늘날 연주 중에 크레센도, 데크레센도 같은 다이나믹을 넣는 건 당연지사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일이었다. 새로운 감각에 의한 크레센도, 데크레센도의 사용, 운궁법(運弓法)의 일치와 연주기법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보였고, 이런 점들은 그 뒤의 고전파시대의 관현악 작품으로 이어진다.

4) 고전파(Classic)

고전파시대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 중심적 역할을 했다. 이들 세 명을 일컬어 빈악파라고도 한다. 그들의 음악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던 것은 바이올린이었다. 바이올린이 주선율을 담당하고 관악기는 주로 화음의 보충 역할을 했다. 이 무렵부터 클라리넷을 추가해서 관현악에 색채감을 주거나 플룻, 오보 등을 첨가해서 음향의 변화를 주는 따위의 시도가 빈번하였다. 또한 현악기군에 더블 베이스가 추가되고, 각 관악기들이 2관 편성(플룻, 오보, 클라, 바순이 각각 2개씩)을 갖추게 되어 관현악이 더욱 풍부한 음향을 갖게 된다. 이 시대의 오케스트라 편성은 세 종류의 다른 악기군(樂器群)으로 편성되었다.

· 현악기군   :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 목관악기군 : 플롯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 금관악기군 : 호른 2, 트럼펫 2, 팀파니

이 시대의 악기 편성 중 팀파니가 금관악기군으로 분류된 이유는 당시 팀파니가 항상 트럼펫과 함께 연주되었기 때문이다.

베토벤에 이르러서 오케스트라의 빠른 성장과 확장이 진행된다. 피콜로, 콘트라바순, 잉글리쉬 혼과 같은 장식적 기능을 갖는 악기들이 첨가되어 목관악기군의 음역을 증가시켰으며, 트럼본, 하프, 그리고 거대한 타악기군이 도입되었다.

5) 낭만파(Romantic)

낭만파시대의 음악은 형식미(形式美)를 존중하던 고전파음악과는 대조적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감정의 자연스런 표현에 따라 문학적인 표제를 붙이고 문학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며 다분히 공상적인 면도 보이게 되는 등 개인의 사상과 감정을 존중하는 시대적 경향에 따라 작곡기법상 여러 가지 불협화음, 반음계적인 변화화음의 사용 등이 빈번해지고 이로 인해 음색은 다채롭고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모한다.

이 시기의 관현악은 베를리오즈가 크게 공헌한다. 그는 다양한 악기의 배합을 구사하여 표제적인 이미지를 자아내는 많은 작품을 썼다. 그뒤로 리스트, 바그너, 슈트라우스 등이 후기낭만파 관현악의 금자탑을 이루게 되며, 특히 바그너는 「로앵그린」에서 3관 편성을, 「니벨룽겐의 반지」,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4관 편성을 쓰는데 거의 모든 작품에서 금관악기의 폭넓은 사용을 볼 수가 있다. 말러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큰 형태의 오케스트라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운용 또한 섬세해진다.

6) 현대(Contemporary)

오케스트라가 점점 거대해져 12관 내지 14관의 대편성도 있지만 이것은 극단적인 예이며, 오히려 20세기에 와서 매우 작은 편성의 오케스트라가 나타나기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과거의 모든 경향이나 수법 등을 총망라하여 구사하여 오케스트라도 더욱 새롭고 기발한 편성과 음향세계의 확충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