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대 희랍의 음악

이보다 조금늦게 B.C1000년경 부터 고대 희랍(그리스)에서 음악이 성하였다. 고대 희랍인들은 고대 민족 중 가장 문화적인 민족이었으며, 미적(美的)감각이 발달해 있었고, 또한 동화력이 강해서 학문과 예술에 많은 발달을 보았으며, 자기들의 음악을 발전시켰고, 또한 이를 위해 고대 동방의 여러 민족음악을 흡수하고 동화(同化)하였다. 고대 음악은 고대 희랍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종합되고 체계화되어 그 수준을 한층 높였다.

서양음악의 진정한 근원은 고대 희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고대 희랍음악은 B.C.6∼4세기, 스파르타나 아테네 등의 도시국가를 중심으로 발전하였으며, 특히 B.C.5세기에는 후세 오페라의 이론적인 모델이 된 악극(樂劇)과 키타라(kithara), 아울로스(aulos)를 조주(助奏)로 하는 송가(頌歌)나 찬가(讚歌) 등이 피크를 이루었다.

고대 희랍에서도 음악은 사회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찬가(讚歌)·무도가(舞蹈歌)·결혼가·조가(弔歌) 등 여러 종류의 가곡이 쓰여졌다. 호메로스(Homeros, B.C.800?∼B.C.750), 사포(Sapho, B.C.612?∼?), 아나크레온(Anacreon, B.C.570?∼B.C.480) 등의 시(詩)도 본래는 낭창(朗唱)을 위한 가사였으며, 소포클레스(Sophocles, B.C.496∼B.C.406),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 B.C.445?∼B.C.385?) 등의 고대극(古代劇)도 무대 출연자나 코러스(chorus)에 의한 낭창, 기악연주자에 의한 반주 등에 의해서 연주되었는데, 이것은 17세기 초 근대 오페라의 탄생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서양의 예술과 문화가 고대 희랍인들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발전한 것처럼 음악 역시 고대 희랍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오늘날 관현악단(管絃樂團)을 뜻하는 「오케스트라(orchestra)」라는 말은 고대 희랍 극장의 원형 무대를 가리킨 말이었고, 합창을 뜻하는 「코러스(chorus)」도 고대 희랍 연극에 참가한 가무단(歌舞團)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고대 희랍에서는 포도 재배의 주신(主神)인 「디오니소스(Dionysos)」로써 흥분과 도취의 음악 상태를 상징시켰고 태양신인 「아폴로(Apollo)」로써 지성과 질서를 상징시켰는데, 그것은 각각 음악의 기본적인 두 측면인 감성적(感性的)인 면에 호소하는 음악과 이지적(理知的)인 면에 호소하는 음악의 신(神)이 되었다. 여기에 해당하는 악기로서 관악기인 「아울로스(aulos)」를 감성적인 것으로, 현악기인 「키타(kithara)」를 이지적인 것으로 대비시킨 것은 이미 음악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고대 희랍에서는 신화(神話)시대부터 음악이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으며, 그 음악은 서양음악의 중요한 한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고대 희랍인들은 음악을 무지케(musiche)라고 불렀다. 음악을 대단히 존중하여서, 음악에 믿기 어려운 어떠한 큰힘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고대 희랍에서는 음악을 단지 제사와 오락뿐만 아니라 매우 지적(知的)으로 다루었으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 등의 철학자들에 의해 음악에 대한 철학성, 윤리성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요소가 논의되었다.

특히 피타고라스는 현재 쓰이고 있는 음계의 바탕이 되는 피타고라스조(調)를 만들어 내는 등 음악이론의 기초를 확립하였는데, 이것은 현대 음악이론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이론이다. 또한  악보의 시초인 문자보(文字譜)가 발명되는 등 과학적인 연구를 했으며, 음악을 교육적으로 대단히 중요시하였다. 이처럼 고대 희랍에서는 음악의 본질인 윤리성(倫理性), 물리성(物理性)에 대해 논하여 음조직(音組織), 선법(旋法), 리듬 등에 관한 고대 희랍의 독특한 음악이론을 확립해 그 후의 유럽 음악이론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력을 끼쳤다.

전설적인 오랜시대로부터, 고대 희랍의 음악은 호머의 서사시(敍事詩) 등을 읊으면서
각지를 방랑하는 서사가수(敍事歌手)의 시대를 거친 후, 희랍음악의 황금시대(B.C.7∼4세기)에 이른다. 이 시대에는 음악이 이상주의적으로 높이 평가되었고, 교육과 문화의 필수적인 요소로 생각되었으며, 정치, 도덕의 중요한 바탕으로서 여러 가지 제례(祭禮), 기타 행사의 명목이 되었고, 예술 경기의 대상으로까지 높여졌다.

그러므로 고대의 음악문화는 고대 희랍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고대 희랍음악은 고대 로마를 거쳐서 오늘날 서양음악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서양음악의  모체(母體)이다. 현존하는 음악작품의 유품은 극히 적지만 음악이론, 음악학(音樂學), 음악미학(音樂美學) 등 어느 면에서나 고대 희랍이 후세에 남겨 놓은 영향은 매우 크다.

고대 희랍음악은 다른 문화와 함께 B.C.4세기를 고비로 내리막길을 걸어 B.C.2세기에 국토가 로마의 속령이 됨으로써 고전적인 전통을 잃게된다.